회사 이야기는 타이밍을 놓쳤더니 까먹었다. 전쟁같던 7월 ㄸㄹㄹ
커피챗 이야기에서 파생된 잡생각을 풀어쓰겠다. 이번엔 마크다운인 아닌 줄글
1️⃣ CRM 시니어는 왜 잘 안 보일까?
최근 한 분과 커피챗을 했다. 최근 마케팅에 입문한 타 직무 경력이 긴 분이었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CRM 마케터 중 팀장급이나 시니어가 시장에 잘 안 보이나요?"
나는 바로 답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질문 많이 받기 때문에 챗봇처럼 바로 말할 수 있음(웃안웃)
"다들 일하다가 갈증을 느껴서 다른 직무로 전직해요."
나는 PM/PO를 했다가 CRM으로 넘어온 조금 특이한 케이스지만,
대부분은 반대 방향으로 많이 이동하는 것 같다.
2️⃣ CRM은 원래부터 직무의 경계가 희미했다
요즘은 AI 때문에 직무 간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CRM은 사실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랬다. 중소중견기업의 특징일수도…
CRM 안에는 다양한 일이 섞여 있다.
-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 메시지를 만든다.
-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기획한다.
- 제품 퍼널을 분석한다.
- 실험을 설계한다.
- CRM 툴을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거나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달랐다.
- 고객 분석이 재미있으면 데이터 분석가로 이동한다.
-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재미있으면 브랜드 마케터나 서비스 마케터가 된다.
- 제품 퍼널을 계속 파다 보면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명제를 파고 싶어져서 PM이나 PO로 간다.
- 매출도 잘 보고 브랜드 메시지도 잘 만드는 사람은 마케팅 리더십 트랙으로 간다.
- 최근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생겼다. AI.
원래도 CRM 마케터는 새로운 툴과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익혀야 생존에 유리하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자동화를 해서 레이어빌딩하여 증분을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
즉, AI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AX 로 이동하는 기회들이 생긴다.
위에서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었다.
랜딩페이지 만들 인력 없다면서 피그마까지 쓰면서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고, 제품 그로스를 지원하고, 자동화를 만들고, 가끔은 그로스마케터라는 이름 하에 광고 운영까지 맡는다.
이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는 높아진 생산성 아래에 혼자 작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게 좋은 흐름으로 지속되면 1인 창업도 가능한 것이다.
이미 데이터분석, PM·PO, 브랜드, 리더십 트랙으로 흩어지던 CRM 마케터들에게 AI와 AX, 작은 창업이라는 선택지까지 하나 더 생겼다. 그래서인지 경력이 쌓인 CRM 마케터는 직무 안에 남아 깊어지기보다 인접 영역으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순수한 ‘시니어 CRM 마케터’가 드물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3️⃣ 이 장면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한 번 했다. 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시절만 해도 개발자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4D 직종(Dirty, Dangerous, Difficult, Dreamless)'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경영학 복수전공이나 전문대학원으로 많이 빠져나간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나는 it를 배우는 건 재미있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다. 역시 프로그래밍은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 실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리 학교 동기들이 너무 괴물들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개발자가 아니라 IT 회사의 비개발 직군으로 들어갔다.
내가 졸업할 무렵 시장이 바뀌었다.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어 갑자기 사람이 부족해졌다.
비개발 직군인데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는 것만으로도 희소성이 생겼다. 의문의 로열로드행됨;;;;;
기획을 하면서 SQL을 직접 작성할 수 있었고, 개발자들과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장점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채워질 때 쯤, 코로나가 왔다. 모바일 서비스 수요는 한 번 더 폭발했다. 그 당시 나는 10년 차가 되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경험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가진 것보다 더 좋은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시장의 흐름을 잘 탄 덕분이었다.
4️⃣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번 커피챗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CRM 마케터들이 여러 직무로 흩어지는 현상도, 예전 모바일 시대가 열리던 시기와 비슷한 변화일까? 아니면 반대로, CRM이라는 직무 자체가 점점 사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탈주각?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시장의 흐름을 잘 선택해 왔다.
컴퓨터공학 → IT 회사의 PM → 데이터를 보는 CRM 마케터
돌아보면 매번 시장이 커지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나는 65살까지 실무를 하는 IC 커리어를 꿈꾸는 사람이다. 계속 현업에서 살아남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무언가 변화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CRM이라는 직무를 더 깊게 파는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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